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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실용적인 사용법에 관해 고민이 많은 요즘이다. 유튜브나 SNS의 뉴스들을 보면 각종 분야의 전문가들이 AI를 사용하면서 폭발적인 생산력 향상을 실감했다고 한다. 혹시 나 혼자 뒤처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막연한 두려움과 AI의 활용성에 대한 호기심이 머릿속에 카오스를 만들고 있는 요즘, 눈에 들어온 책이 바로 Co-Intelligence다.
책을 읽기 일주일 전, 나는 SNU Pre Med Gradulator라는, 서울대 의대 예과 수료 요건을 확인하고 앞으로의 학기별 강좌 수강 계획을 세워보면서 이수 계획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웹앱을 만들어보았다. 코드 한 줄 쓰지도, 보지도 않고 온전히 Google AI studio의 힘만으로 말이다. 처음 사용해본 터라 누더기처럼 수정에 수정을 더하기는 했지만, 결국에 AI는 내 프롬프트를 찰떡같이 알아듣고 마음에 쏙 들게 만들어 주었다.
주말에 같은 학과 동기와 외출을 나오면서 내가 만들어 본 앱을 보여주었다. 반응은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좋았다. 마치 나를 코딩의 신으로 보는 듯한 모습에, 내가 개입한 부분은 자잘한 글자 수정뿐이었다고 진실을 말해주었지만 AI를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그냥 신기하게 보였던 것 같다. 문득 인스타에서 본 카드뉴스가 생각났다. AI 사용자를 100명으로 가정했을 때, AI를 챗봇으로만 사용하는 사람이 95명, 월 구독을 하고 일상생활 속에서 도움을 받는 사람이 4명, 전문적으로 AI를 사용하는 사람이 1명도 채 안된다고 한다. 나 같은 경우에 Google Gemini를 월 3만원 구독하면서 돈이 아깝지 않게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나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사용하고 있는지, 아니면 내 정신적 능력을 깎아 먹는 잘못된 방향으로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늘 불안감이 있었다.
Ethan Mollick Co‑Intelligence는 그런 나에게 매우 시의적절한 책이었다. 왜 인간이 AI에게 (근미래 안에) 완전히 대체될 수 없는지, 대체될 수 없는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AI를 다루는 general한 방법에 대해 이해하기 쉬운 예시를 들어가면서 설명해주었다.
작금의 AI라는 것은 Machine Learining을 넘어 Google의 Transformer 기법을 활용한 Large Language Model, 즉 LLM을 의미한다. 이는 근본적으로 확률에 기반하고 있다. 우리가 프롬프트로 넣은 문장을 토대로 글자를 뱉어내기 시작하고, 앞서 뱉어낸 글자의 다음에는 확률적으로 가능한 글자 중 하나가 온다. 이렇듯 LLM은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이전과 똑같은 결과값을 낼 수 없다. 일관성이 없다는 뜻이다. 또한 확률적으로 가능한 단어를 가지고 오기 때문에, 완전히 틀린 말이지만 그 자체로는 그럴듯한 문장을 만들어내는 경우도 허다하다. (Q. 이순신 장군이 왜적을 물리친 방법을 알려줘. A. 이순신 장군님은 마지막 남은 12척의 항공모함(?)으로 왜적의 배 수백 척을 기적적으로 물리치셨습니다.) ChatGPT, Gemini와 기타 다른 AI들에서도 모두 발생하고, 또 모두 해결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문제, AI의 환각(Hallucination) 현상이다. 환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가 인터넷에 직접 검색해서 Fact Check를 하거나 이외 갖가지 방식을 도입했지만 발생 확률을 낮출 뿐 근본적으로 없애지는 못했다. LLM 자체가 환각을 발생시키는 '확률'에 뿌리를 두고 있어 제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AI의 답변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환각을 발생시키는 원인인 '확률'에 의해 오히려 AI의 효용성이 생겨났다. 바로 창의성이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창의성의 정의가 서로 다른 영역의 지식을 결합하는 능력이라는 것에 동의했다. 그리고 그 능력은 AI가 가장 자신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어떻게든 확률에 따라 가능한 조합을 모두 뱉어내는 Connection Machine이 바로 LLM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쏟아내는 모든 아이디어가 쓸만한 것은 아니지만 물량으로 승부가 가능하다.
따라서 우리 대부분은 AI를 잘못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AI는 전통적인 Software가 아니다. 정해진 코드에 따라 일정한 입력값에 동일한 출력값을 만드는 기존의 Software와 다르게 AI는 좀 더 사람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AI를 이용할 때는 정확한 값을 요구하거나 일관성이 필요한 작업을 시키기보다 창의성이 요구되는 모든 작업에서 AI와 협업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글을 쓰거나, 사업 아이디어를 내거나,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함에 있어서 책 제목 그대로 Co-Intelligence가 되어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게 우리는 일상 속 창의성이 필요한 모든 곳에서 AI와 함께해야 한다.
AI와 함께 함으로써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이점은 상당하다. 글의 시작을 떠올리거나 아이디어를 생산해내는 일은 상당히 귀찮고 정신적인 소모가 크다. 하지만 한 번 방향이 정해지면 그 뒤의 일은 크게 어렵지 않다. 또한 비전문가도 전문가 수준의 일을 해낼 수 있다. 실제로 AI를 사용하는 비전문가와 AI를 사용하는 전문가의 격차는 둘 다 AI를 사용하지 않을 때보다 크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비전문가가 AI를 사용할 때의 효용이 훨씬 크다는 뜻이다. 능력 부족으로, 또는 다른 이유로 좌절된 기회를 다시 살릴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도 AI는 그 가치를 입증할 수 있다.
또한 우리는 AI의 도움을 통해 효율적으로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공부한 내용이 단기기억에 머무르지 않고 장기기억으로 넘어가야 한다. 그래야만 새로운 문제에 있어 개별 정보들의 상호 연결을 통해 창의적인 해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어떤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수많은 지식들과, 지식간의 연결성을 이해하고 기억해야 한다. 이후로는 연습이다. 하지만 이미 잘하는 것, 똑같은 것을 수백, 수천 번 연습해봤자 실질적인 실력은 향상되지 않는다. 새롭고, 도전적인 어려운 일을 해내는 과정에서 우리의 지적 능력이 향상된다. 이 과정은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고통스럽고 지루하다. 치밀한 계획과 자기성찰이 필요하고, 관리하고 이끌어줄 좋은 코치가 필수적이다. 이 코치의 역할을 AI가 대신할 수 있다(AI-driven assistant). 인간 코치와 다르게 AI는 항상 우리의 옆에 있기에 즉각적인 피드백이 가능하다. 과정 속의 비효율성을 지적해줄 수 있고, 더 나은 방법을 상세히 알려줄 수 있다. 또한 우리가 알지 못했던 기존의 창의적인 결과물들과 나의 결과물을 비교분석해 원론적인 해결책이 아닌 targeted suggestion을 줄 수 있다. 전문성으로 가는 과정 속에 파묻혀 근시안적인 시각으로만 문제를 바라보게 되었을 때, AI 코치는 치밀한 반성과 성찰을 가능하게 한다. 마치 세계 최고의 전문성을 가진 코치가 우리의 옆에 하루종일 붙어 원할 때마다 올바른 길을 알려주는 것과 같이, 우리의 전문성은 빠르게 향상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AI를 사용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어야 하고, 그만큼 AI를 '잘' 사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저자는 AI를 사람이 만든 것, 사람과 비슷한 것이 아니라 alien person, 즉 외계인으로 생각하는 것이 AI를 올바르게 사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AI는 생각지도 못한 것을 잘할 때가 있다. 또한 당연히 해낼 줄 알았던 것을 쉽사리 해내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마치 인간과는 완전히 구별되는 세상에서 살다 온 외계인처럼 말이다. 따라서 우리는 AI가 잘 해낼 수 있는 일의 경계선을 알아내야 AI를 정말로 '잘' 사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우리가 알아낸 경계선은 그 자체로 우리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다. AI와 한 몸처럼 협업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는 뜻이니 말이다. 저자의 말을 인용하자면, 우리는 반인반AI인 일종의 켄타우로스가 되어야 한다.
먼 미래에도 과연 AI는 우리의 협력자가 되어줄지, 아니면 AGI를 넘어 ASI로 발전하여 인간은 넘볼 수 없는 신의 영역으로 넘어가 버릴지는 알 수 없다. AI를 학습시킬 자료가 고갈되어 더이상 급진적인 발전은 없을 것이라는 전문가들도 있고, 기하급수적인 발전을 거듭해 근미래에 모든 인간이 AI의 관리 아래 살게 되거나 파멸하게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도 있다. 하지만 어느 경우에서라도 AI가 인간 개인의 삶, 나아가 인류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사실만큼은 알 수 있다. AI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든, AI의 협력자로 남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 노력하는 것이 미래의 나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