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득 사람 간의 관계에서 내가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주변에 잘 해주고 싶은 만큼, 그리고 해주는 만큼 은연중에 그 대가를 바라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조금이라도 돌아오는 게 있다면 나야 좋겠지만, 받는 것이 없더라도 정도를 따르며 내가 해야 할 일을 그냥 하는 것이 어떨까 싶었다.
그래서 이제부터 내가 무언가를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굳이 앞뒤를 재지 않으려고 한다. 기존에는 조금이라도 기대를 하는 마음이 디폴트였다면, 이제는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을 기준으로 두고 좋은 사람들을 더욱 소중하게 대해보려 한다. 물론 나에게 해가 되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가까이 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이렇게 말하면서도 마음속 기준을 낮추는 것은 아쉽긴 하다. 타인에 대한 기대를 낮춘다는 건, 세상을 조금 더 어둡게 보겠다는 것과 같으니까. 내가 좋은 사람이 되면 세상도 좋게 다가와 주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를 조금 내려놓은 느낌. 그렇다고 타인에게 몹쓸 행동을 하겠다는 건 아니다. 세상이 나에게 주는 자극에 조금 덜 반응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 중에 처음 접하게 된 사람들이 있다. A라는 사람은 정말 착하다. 모두가 A를 좋아하고 A 앞에서는 모두가 무장해제된다. 이런 일도 있었다. 처음 보는 할머니와 함께 쇼핑을 하며 딸 같은 인상을 주어 할머니께서 집에 놀러오라고 주소까지 알려주신 적이 있다고 한다. 이런 소설 같은 일들이 한두 번 일어난 게 아닌 걸 보면 애초에 천성이 착하고 바른 사람인 듯하다. 이런 A와 친하게 지내는 B라는 사람도 있다. B는 사람들과 친해지기 위해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분야에도 진심으로 다가가는 게 보인다. 어떠한 관계도 허투루 대하는 법이 없고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데, 또 그게 마냥 좋은 장점으로만 보인다. 자신에게, 그리고 사람 간 관계에 이토록 진심일 수 있는 사람이 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내 인생관의 기준이 되었다.
모든 관계에 진심으로 열과 성을 다하면서도 상대가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갈 줄 아는 B, 천성의 밝음으로 모두에게 사랑받는 A 모두 대단하게만 보인다. 이런 걸 보고 Idol(우상)이라고 하는 건가 싶다. 그러나 나도 언젠가, 그들처럼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의 장점이 바로 그것이라 생각한다. 미래의 나를 의심하지 않는 것.
언젠가,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