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 개요
2026년 8월 19일, 절제 수술을 받은 흑색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3상에서 무재발생존과 원격전이무병생존 지표를 충족했다는 발표가 나왔다. 근 30년간 3상을 통과하지 못했던 mRNA 기반 항암 치료제가 최초로 3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어낸 것이다. 해당 암 백신은 우리 몸이 암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게 하는 것을 원리로 한다. 약물 자체가 암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몸이 알아서 암을 제거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기존 바이러스 백신과 유사하게 작동한다.
1. 정상 세포와는 다른 암세포의 표지(신생항원)
암은 유전자 돌연변이가 쌓여 발생한다. 미스센스 돌연변이가 일어나면 코돈 하나가 바뀌면서 아미노산 하나가 다른 것으로 바뀐다. 예를 들어, 원래는 Val-Gly-Ala-Leu 이었던 서열이 Val-Gly-Thr-Leu 이 되는 것이다.
이 단백질 서열은 인간의 정상 세포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서열을 가진다. 면역계는 이를 새롭게 생겨난 항원으로 인식할 수 있다(신생항원).
만약 정상 세포에도 존재하는 단백질을 인식하면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 세포도 함께 공격을 당한다. 반면 신생항원은 암세포에만 국한되어 존재하기에 부작용 위험이 매우 낮다.
2. 항원 인식 과정
우리 몸의 모든 유핵세포는 자신의 세포질 내 단백질의 일부를 잘게 잘라 조각을 만들고, 해당 조각을 MHC class I 분자에 결합해 함께 세포 표면에 붙여놓는다. 각 세포들이 무슨 단백질을 만들고 있는지를 공개하는 시스템이다. 세포 독성 T세포가 이 표지들을 검문하다가 자신이 모르는 단백질 표지가 발견되면(바이러스 단백질 또는 신생항원) 해당 세포를 죽인다.
암세포는 이미 자신이 만든 신생항원을 표지로 내걸고 있다. 하지만 살아남는 이유가 있다.
1) 양 자체가 매우 적다. 표지로 내걸린 신생항원-MHC class I 복합체가 세포 당 몇 개 수준이라 T세포가 인식할 수 있는 역치에 미치지 못한다.
2) 면역적 관용이 발생한다. 면역 반응이 시작되기 위해서는 트리거가 필요한데, 종양에는 해당 신호가 없어 수지상세포가 미성숙 상태로 남게 되고 면역 관용이 발생한다.
3) 종양은 PD-L1와 같은 분자로 T세포를 무력화한다.백신이 하는 일은 같은 항원을 훨씬 많은 양으로, 면역 반응을 시작하는 트리거와 함께, 종양과 떨어진 안전한 장소에서 항원을 제시하는 것이다.
3. 백신을 개인 맞춤형으로 만든 이유
환자 A의 흑색종과 환자 B의 흑색종은 위에서 말한 유전자 돌연변이 조합이 대부분 일치하지 않는다. 병명은 같아도 종양의 유전자 서열은 서로 완전히 다르다. 따라서 범용 백신을 만들면 대부분의 환자에서 큰 효과를 볼 수 없다. 따라서 이상적인 암 백신은 개인 맞춤형인 것이다.
4. 암 백신 제작 과정
1) 종양 세포와 정상 세포를 둘 다 시퀀싱한다. 사람들은 모두 서로 다른 SNP(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을 수도 없이 가지고 있다. SNP란 DNA 염기 서열 안에서 특정 위치에 있는 단 하나의 염기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는 변이를 말한다. 따라서 종양 세포만 가지고는 암에 의한 돌연변이인지 기존 정상 변이인지 구분할 수 없다. 둘의 차이를 구분해내야 진짜 돌연변이 서열만 뽑아낼 수 있다.
2) DNA에 실제로 돌연변이가 있어도 해당 유전자가 발현되고 있지 않으면 단백질이 만들어지지 않고, 단백질이 없으면 해당 암세포는 돌연변이 항원을 가지지 않는다. 따라서 RNA-Sequencing으로 실제로 세포 내 존재하는 mRNA에 대해 cDNA를 합성하고 시퀀싱하여 해당 돌연변이 유전자가 실제로 전사되고 있는가를 확인한다.
3) MHC 분자는 사람마다 달라서 어떤 펩타이드와 복합체를 형성할 수 있는지 또한 사람마다 다르다. 아무리 돌연변이 단백질이 형성되어도 복합체를 형성하지 못하면 세포 표면에 표지로 내걸리지 못하고, T세포도 인식하지 못한다. 따라서 환자의 MHC 유전형을 읽고, 머신러닝 모델로 해당 변이 펩타이드가 환자의 MHC와 복합체를 형성할 확률을 계산해 높은 순으로 순위를 매긴다.
4) 그 중 최대 34개의 변이를 골라 하나의 mRNA로 만든다. 34개나 쓰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복합체를 형성하는 확률의 예측이 완전히 정확한 것은 아니다. 또한 종양은 세포마다 서로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종양 이질성), 하나의 항원만 사용하면 해당 항원이 없는 암세포는 살아남는다. 마지막으로, 암세포가 해당 항원을 버리고 도망가는 항원 소실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5. 최대 34개의 변이를 하나의 mRNA로 설계하는 방법
선정된 34개의 신생항원 서열을 하나의 긴 ORF로 연결해 단일한 mRNA로 만든다. ORF(Open Reading Frame)이란 DNA, RNA 서열 중에서 Start codon-여러 연속 codons-Stop codon 까지 끊김 없이 연결된, 아무런 방해 없이 하나의 연속적인 아미노산 사슬을 만들 수 있는 영역을 말한다. 각 생성 mRNA는 돌연변이 서열을 한가운데 두고 앞뒤로 아미노산을 여러 개 붙여놓는다. 이렇게 하면 세포가 나중에 펩타이드를 자를 때 여러 길이의 Epitope(표적 항원)이 생성되기 때문에 MHC I(8~10개짜리 조각)뿐만 아니라 MHC II(13~25개짜리 조각)경로도 활용될 확률이 높아진다.
이렇게 DNA 주형에서 시험관 내 전사(in vitro transcription)로 mRNA를 만든 뒤, 진핵세포의 핵 내부에서 일어나는 가공을 인위적으로 재현한다.
1) 5' cap - 리보솜이 붙는 자리
2) 최적화된 UTR - 번역 개시 효율을 높이는 서열로 최적화된 UTR
3) poly A tail - tail 길이가 mRNA 수명이다. 따라서 항원을 얼마나 오래 만들게 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4) 코돈 최적화 - 같은 아미노산을 코딩하는 코돈들 중에서 해당 mRNA를 삽입할 세포에서 풍부한 tRNA 코돈으로 바꿔 번역 속도를 높인다.
또한 mRNA의 Uridine을 N1-methylpseudoUridine으로 치환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Uridine은 Urasil에서 당을 제외한 염기만을 지칭하는 것이다). 세포 안에는 바이러스의 RNA를 감지하는 매커니즘(TLR7/8 등)이 있다. 외부에서 RNA가 들어왔을 때, 자신의 mRNA로 인식하지 못하면 세포 내에서 Interferon이 분비되고 대부분의 번역을 통째로 멈춰버린다. 이때 mRNA의 Uridine을 N1-methylpseudoUridine으로 치환하는 과정을 통해 해결한다. N1-methylpseudoUridine이란, Uracil이 1-탄소(N1) 대신 5-탄소(C5)에 결합하고(pseudouridine), N1 위치에 메틸기가 추가된 변형 염기이다. 코돈은 정상적으로 읽히지만 세포는 해당 mRNA를 자신의 것으로 인식해 번역을 멈추지 않는다.
6. 세포 안으로 주입하는 방법(지질나노입자 LNP)
mRNA를 그냥 주사하면 강한 음전하를 띠는 인산 골격에 의해 같은 음전하인 세포막을 통과하지 못하고, 혈액 내 RNase에 의해 곧바로 분해되거나 배출된다. 따라서 지질나노입자로 mRNA를 감싼다. 총 4종류의 지질을 사용한다.
1) 이온화 지질 - 실험실에서 제작할 때는 산성 조건을 부여해 양전하를 띠게 만들어 음전하인 mRNA를 끌어안게 만들고, 중성인 혈액에서는 전하가 사라져 세포 독성(Cytotoxicity)을 회피한다.
2) 인지질 / 콜레스테롤 - 지질 껍질의 구조와 안정성을 높인다.
3) PEG 지질(Polyethylene Glycol Lipid) - 입자들끼리 뭉치는 걸 막고 순환 시간을 늘린다.
근육 주사를 하면 근육세포와 그 주변의 면역세포가 LNP를 Endocytosis로 삼킨다. 생성된 early endosome은 late endosome이 되는 과정에서 내부가 산성화되고, LNP는 다시 양전하를 띠어 엔도솜의 음전하 막지질과 결합해 막 구조를 무너뜨리고 세포질로 나온다. 이때, mRNA는 핵으로 삽입되지 않는다. 사람 세포에는 역전사효소가 없어 mRNA가 DNA로 돌아가지 않고, 유전체에 끼어들지 않는다. mRNA 자체도 며칠 안에 분해되기 때문에 안정성 측면에서 큰 문제가 없다.
7. mRNA 번역부터 T세포 활성화까지
세포질로 나온 mRNA에 리보솜이 붙으며 번역이 시작된다. mRNA의 장점이 여기서 나온다. 항원 단백질을 직접 주입하는 게 아니라 세포가 직접 만들게 하기 때문에 해당 단백질이 세포질 내에 충분히 존재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MHC class I 경로를 따르게 된다. 항원 단백질을 그대로 주사하면 대체로 MHC class II 경로를 따라가서 항체 반응이 주로 발생하고, 정작 중요한 세포 독성 T세포는 제대로 생기지 않는다.
MHC class I 경로 : mRNA를 번역한 신생항원 폴리펩타이드 형성 - Proteasome에 의해 8~10개 아미노산 단위로 절단해 조각 생성 - 해당 조각을 소포체 내강으로 운반 - 소포체에서 MHC I 분자와 결합 - 골지체를 거쳐 세포 표면으로 이동해서 전시한다.
면역 과정
수지상세포가 LNP를 흡수하거나 항원을 만든 근육세포의 잔해 속에서 항원을 포획 및 처리하고 림프절로 이동해 성숙과정을 거친다. 그 과정에서 항원을 MHC 분자에 결합시켜 T세포에 제시한다. 이러한 교차제시를 통해 T세포를 활성화한다.
활성화된 T세포는 효과 T세포(CD4+, CD8+(세포독성 T세포))로 분화되어 바로 세포를 죽이거나, 기억 T세포로 전환되어 장기간 면역을 유지한다. 증식한 세포독성 T세포가 온몸을 돌다가 표면에 똑같은 신생항원-MHC I 복합체를 걸고 있는 세포를 만나면 결합한다. 그리고 Perforine으로 세포막에 구멍을 내고 Granzyme을 주입해 세포자살(apoptosis)를 유도한다.
또한 기억 T세포가 수년간 남아 면역을 유지한다. 때문에 모더나의 해당 요법은 수술로 종양을 완전히 제거한 뒤 몸 속에 떠다니는 잔존 암을 겨냥한다.
8. 기존 항암요법인 키트루다와 반드시 같이 사용해야 하는 이유
활성화된 T세포는 과활성과 자가면역을 막기 위해 표면에 PD-1이라는 억제 수용체를 발현한다. 하지만 종양은 PD-L1을 대량으로 발현하여 PD-1과 결합시킨다. PD-1이 PD-L1과 같은 리간드와 결합하면 T세포의 활성화, 증식, 사이토카인 방출을 급격히 낮춘다(T cell exhaustion).
백신을 단독으로 사용하면 해당 종양 특이 T세포는 대량으로 생산되는데 종양에 작용하지 못하고 무력화된다. 기존 키트루다를 단독으로 사용하면 PD-1 억제 수용체의 발현을 막아 브레이크를 없애주지만 정작 해당 종양 특이 T세포 자체가 부족하다.
따라서 둘을 함께 적용하면 종양 특이 T세포를 대량으로 생산하면서 종양에게 무력화되지 않는 것이다.
9. 코로나 백신과 다른 점
mRNA + LNP라는 구성은 같지만 목적이 다르다. 코로나 백신은 감염을 막는 예방 백신이고, 바이러스가 애초에 세포에 들어가지 못하게 차단하는 것이 주력이다. 하지만 암 백신은 이미 생긴 질병을 치료하는 치료 백신이고, 세포독성 T세포에 의해 암세포를 직접 사멸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10. 마무리
위험비나 상세 수치는 아직 미공개라서 앞으로의 추이를 지켜보면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