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잊었던 나를 다시 만나다
여행을 주제로 하는 책을 읽고 있자면 일상을 잠시 잊고 여행하는 작가의 옆에서 즐거운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눈을 감으면 느껴지는, 옷자락을 스치고 지나가는 산뜻한 바람, 기분 좋게 비치는 햇살을 따라 마음의 눈을 돌리면 보이는 높고 파란 하늘과 솜사탕 같은 구름이 해묵은 고민거리들을 단번에 날려버린다.
하지만 심리학자가 직접 여행하면서 배웠던 점을 정리한 '여행의 심리학'은 여타 다른 도서와 달랐다. 작가의 여행 경험보다는 내가 경험했던 여행을 다시 되돌아보게 한다. 나에게 여행은 무엇이고 어떤 여행을 추구하는지, 내가 다녔던 여행을 다시 한번 따라가며 즐거운 회상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여행은 항상 마음을 들뜨게 하는 뭔가가 있는 것 같다. 여기저기 여행을 다녀보았지만, 작년 겨울에 마음 맞는 친구들과 갔던 일본여행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네이버에서 추천하는 곳이나 지인이 추천해준 유명한 곳을 찾아가는 길에서 보였던, 모든 이름 없는 곳들 또한 비할 데 없이 아름다워 보였다. 일상을 살아가는 현지 사람들, 건물 한편에 세워져 있는 자전거, 신기한 패턴의 보도블록, 떠다니는 새하얀 구름의 모습이 오히려 마음을 둥실둥실 떠다니게 해주었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내면의 모습 그대로 세상을 바라보며 여행을 즐겼다.
기억에 남는 것은 화려한 관광지의 풍경보다 오히려 그런 소소한 순간들이다. 여행지의 어느 조용한 주택가 골목, 자판기에서 뽑은 시원한 캔을 손에 쥐고 느긋하게 산책하던 어느 오후가 그랬다. 지나는 사람도 거의 없는 그곳에서 나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의무감 없이 그저 시간을 흘려보냈다. 낡은 목조주택의 지붕 위로 내려앉는 햇살, 담장 너머로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 그 평범한 조각들이 모여 다채로운 한 폭의 그림을 이루었고 나 또한 그림 속의 한 조각으로서 일부가 되었다. 공항으로 돌아가는 길, 여행의 여운이 눈에 닿는 모든 곳에 스며들어 아련한 추억처럼 보였다. 불어오는 산뜻한 바람에서 나는 그리움의 향기에 언젠가 나도 모르게 돌아와 있을 것만 같았다.
여행의 이유를 찾는다면 책에서 설명하듯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힘든 일이 있어도 그때를 돌아보면 나를 괴롭히던 고민거리 따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어쩌면 그 힘은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에 대한 기억에서만 비롯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보다는 풍경 속에 온전히 녹아 들어있던 나에 대한 기억일 것이다. 복잡한 생각 없이 눈앞의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작은 것에도 순수하게 감탄하고 낯선 공간의 공기마저 자유롭게 들이마시던 나. 일상의 수많은 역할과 책임이라는 무거운 껍데기를 벗어 던지고, 친한 친구처럼 세상을 대하던 나의 모습이 그곳에 있었다. 우리는 여행지를 그리워하는 동시에 여행지에서의 나를 그리워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여행이란 또 다른 내가 되어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남이 원하는 나를 연기하며 살아가야 할 때가 많다. 꼭 지인이나 일터의 사람이 아니더라도 사회가 원하는 나를 연기한다. 알게 모르게 지켜야만 할 것 같은 것들 속에서 사회적 나를 연기하고 알게 모르게 지쳐간다.
하지만 여행지에서의 나는 모든 것을 신기해하는 이방인일 뿐이다. 그곳에서 나는 진정 되고 싶은 내가 될 수 있는 자유의 기회를 얻는다. 사회적 평가로부터의 자유. 누구도 나를 사회적 잣대로 평가하지 않고 나 또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가 없는 곳. 그곳에서 나는 호기심이 많은 이방인 1, 초면인 사람에게 먼저 웃으며 말을 거는 이방인 2, 평범한 골목길을 걸으면서도 자유로움을 만끽할 줄 아는 이방인 3, 때로는 길을 찾지 못하고 헤매는 어설픈 이방인 4가 될 수 있었다. 겹겹이 쌓인 사회적 역할과 기대를 벗어던진 꾸밈없는 날 것의 모습. 여행이란,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면서 잠시 잊고 지냈던 순수한 나를 다시 만나는 과정이 아닐까.
여행에서 돌아와 다시 일상으로 들어서는 순간 잠시 벗어두었던 역할과 책임들이 기다렸다는 듯 다시 어깨 위로 내려앉는다. 여행지에서의 자유롭던 나는 희미해지고 다시 성실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모든 것이 예전과 같지는 않다. 내 안에는 이제 또 다른 나의 존재를 아는 증인이 생겼기 때문이다. 팍팍한 현실 속에서 문득, 골목길 한편에서 캔을 마시며 느긋하게 산책하던 이방인이 고개를 들고 말을 건다. 소소한 순간 속에서도 여유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바로 너라고.
그 작은 속삭임은 내 안에 희미한 갈증을 남겼다. 매번 비행기에 오를 수는 없지만, 숨 막히는 일상 속에서도 가끔은 마음속 이방인에게 숨 쉴 틈을 내어주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익숙한 공간 속에서 낯선 여행자가 될 수 있을까. 무뎌진 시선으로 스쳐 지나가는 평범한 풍경들 속에서 어떻게 다시금 다채로운 그림 속 하나의 조각이 될 수 있을까.
그 방법을 찾기 위해 일상 속에서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취미를 찾아다녔다. 혹시 여러 가지 활동을 해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5곳의 동아리에서 활동해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단발적인 활동에 많이 참여해보기도 했다. 그렇게 몇 년을 떠돌다 정착하게 된 내 인생 취미가 바로 출사였다. 기분이 내켜 즉흥적으로 나가는 출사는 마치 일상 속 작은 여행을 하는 것 같다. 마치 세상이 나를 모르는 듯, 이방인인 척을 하고 동네를 어슬렁거리며 사진을 찍는다. 여행은, 먼 곳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내가 나에게 자유를 허락하는 모든 순간에 존재했다.
아무래도 나는 또 여행을 떠나게 될 것 같다. 시간이 쉽게 허락해주지 않더라도, 거창한 계획이 없더라도 내 안의 또 다른 이방인에게 세상을 구경할 기회를 주고 싶다. 그렇게 마주한 마음속 이방인들은 일상의 조력자가 되어 내가 나를 지켜나갈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 줄 것이라 생각한다.
여행, 잊었던 나를 다시 만나다
여행을 주제로 하는 책을 읽고 있자면 일상을 잠시 잊고 여행하는 작가의 옆에서 즐거운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눈을 감으면 느껴지는, 옷자락을 스치고 지나가는 산뜻한 바람, 기분 좋게 비치는 햇살을 따라 마음의 눈을 돌리면 보이는 높고 파란 하늘과 솜사탕 같은 구름이 해묵은 고민거리들을 단번에 날려버린다.
하지만 심리학자가 직접 여행하면서 배웠던 점을 정리한 '여행의 심리학'은 여타 다른 도서와 달랐다. 작가의 여행 경험보다는 내가 경험했던 여행을 다시 되돌아보게 한다. 나에게 여행은 무엇이고 어떤 여행을 추구하는지, 내가 다녔던 여행을 다시 한번 따라가며 즐거운 회상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여행은 항상 마음을 들뜨게 하는 뭔가가 있는 것 같다. 여기저기 여행을 다녀보았지만, 작년 겨울에 마음 맞는 친구들과 갔던 일본여행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네이버에서 추천하는 곳이나 지인이 추천해준 유명한 곳을 찾아가는 길에서 보였던, 모든 이름 없는 곳들 또한 비할 데 없이 아름다워 보였다. 일상을 살아가는 현지 사람들, 건물 한편에 세워져 있는 자전거, 신기한 패턴의 보도블록, 떠다니는 새하얀 구름의 모습이 오히려 마음을 둥실둥실 떠다니게 해주었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내면의 모습 그대로 세상을 바라보며 여행을 즐겼다.
기억에 남는 것은 화려한 관광지의 풍경보다 오히려 그런 소소한 순간들이다. 여행지의 어느 조용한 주택가 골목, 자판기에서 뽑은 시원한 캔을 손에 쥐고 느긋하게 산책하던 어느 오후가 그랬다. 지나는 사람도 거의 없는 그곳에서 나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의무감 없이 그저 시간을 흘려보냈다. 낡은 목조주택의 지붕 위로 내려앉는 햇살, 담장 너머로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 그 평범한 조각들이 모여 다채로운 한 폭의 그림을 이루었고 나 또한 그림 속의 한 조각으로서 일부가 되었다. 공항으로 돌아가는 길, 여행의 여운이 눈에 닿는 모든 곳에 스며들어 아련한 추억처럼 보였다. 불어오는 산뜻한 바람에서 나는 그리움의 향기에 언젠가 나도 모르게 돌아와 있을 것만 같았다.
여행의 이유를 찾는다면 책에서 설명하듯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힘든 일이 있어도 그때를 돌아보면 나를 괴롭히던 고민거리 따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어쩌면 그 힘은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에 대한 기억에서만 비롯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보다는 풍경 속에 온전히 녹아 들어있던 나에 대한 기억일 것이다. 복잡한 생각 없이 눈앞의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작은 것에도 순수하게 감탄하고 낯선 공간의 공기마저 자유롭게 들이마시던 나. 일상의 수많은 역할과 책임이라는 무거운 껍데기를 벗어 던지고, 친한 친구처럼 세상을 대하던 나의 모습이 그곳에 있었다. 우리는 여행지를 그리워하는 동시에 여행지에서의 나를 그리워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여행이란 또 다른 내가 되어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남이 원하는 나를 연기하며 살아가야 할 때가 많다. 꼭 지인이나 일터의 사람이 아니더라도 사회가 원하는 나를 연기한다. 알게 모르게 지켜야만 할 것 같은 것들 속에서 사회적 나를 연기하고 알게 모르게 지쳐간다.
하지만 여행지에서의 나는 모든 것을 신기해하는 이방인일 뿐이다. 그곳에서 나는 진정 되고 싶은 내가 될 수 있는 자유의 기회를 얻는다. 사회적 평가로부터의 자유. 누구도 나를 사회적 잣대로 평가하지 않고 나 또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가 없는 곳. 그곳에서 나는 호기심이 많은 이방인 1, 초면인 사람에게 먼저 웃으며 말을 거는 이방인 2, 평범한 골목길을 걸으면서도 자유로움을 만끽할 줄 아는 이방인 3, 때로는 길을 찾지 못하고 헤매는 어설픈 이방인 4가 될 수 있었다. 겹겹이 쌓인 사회적 역할과 기대를 벗어던진 꾸밈없는 날 것의 모습. 여행이란,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면서 잠시 잊고 지냈던 순수한 나를 다시 만나는 과정이 아닐까.
여행에서 돌아와 다시 일상으로 들어서는 순간 잠시 벗어두었던 역할과 책임들이 기다렸다는 듯 다시 어깨 위로 내려앉는다. 여행지에서의 자유롭던 나는 희미해지고 다시 성실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모든 것이 예전과 같지는 않다. 내 안에는 이제 또 다른 나의 존재를 아는 증인이 생겼기 때문이다. 팍팍한 현실 속에서 문득, 골목길 한편에서 캔을 마시며 느긋하게 산책하던 이방인이 고개를 들고 말을 건다. 소소한 순간 속에서도 여유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바로 너라고.
그 작은 속삭임은 내 안에 희미한 갈증을 남겼다. 매번 비행기에 오를 수는 없지만, 숨 막히는 일상 속에서도 가끔은 마음속 이방인에게 숨 쉴 틈을 내어주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익숙한 공간 속에서 낯선 여행자가 될 수 있을까. 무뎌진 시선으로 스쳐 지나가는 평범한 풍경들 속에서 어떻게 다시금 다채로운 그림 속 하나의 조각이 될 수 있을까.
그 방법을 찾기 위해 일상 속에서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취미를 찾아다녔다. 혹시 여러 가지 활동을 해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5곳의 동아리에서 활동해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단발적인 활동에 많이 참여해보기도 했다. 그렇게 몇 년을 떠돌다 정착하게 된 내 인생 취미가 바로 출사였다. 기분이 내켜 즉흥적으로 나가는 출사는 마치 일상 속 작은 여행을 하는 것 같다. 마치 세상이 나를 모르는 듯, 이방인인 척을 하고 동네를 어슬렁거리며 사진을 찍는다. 여행은, 먼 곳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내가 나에게 자유를 허락하는 모든 순간에 존재했다.
아무래도 나는 또 여행을 떠나게 될 것 같다. 시간이 쉽게 허락해주지 않더라도, 거창한 계획이 없더라도 내 안의 또 다른 이방인에게 세상을 구경할 기회를 주고 싶다. 그렇게 마주한 마음속 이방인들은 일상의 조력자가 되어 내가 나를 지켜나갈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 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