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은 특권이다.
재수 시절, 수능만 바라보고 있어도 되던 시절은 지금 돌이켜보면 가히 놀라울만한 사건이었다. 긴 시간 동안 가족에게 문제가 생기지 않고, 나에게 건강 상 문제가 생기지 않고, 다니던 학원이 존폐의 위기에 휩싸이는 사건도 없었다. 모든 걱정이 수능 그 하나로만 집중될 수 있었다는 것은 큰 행운이었다. 하지만 왜 그때는 행운이라고 느껴지지 않았을까. 또는, 미래에 비슷한 상황 속에서 내가 그것을 행운이라고 인지할 수 있을까.
당시의 나에게 미래는 알 수 없는, 불투명한 무언가다. 바로 다음 날 가족에게 문제가 생길 수도, 나에게 문제가 생길 수도, 주변 환경에 큰 변화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솔직히 그런 걸 걱정하며 공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자신에 대한 확신의 부족일 것이다. 여기에 대해 재수시절 문학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있다. "모든 것의 의미는 끝나봐야 안다." 자신이 하는 일이 맞다고 믿고 한 방향으로 꾸준히 하는 것, 여러 방향으로 많은 방법들을 고심하고 시도해보는 것, 어느 것이 맞을지는 끝이 나고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우리는 결국 불안함을 느끼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현재를 열심히 살아내는 수밖에 없다. 그것이 행운이었음을 인지하는 것은 모든 것이 끝나고 지나간 뒤, 미래의 나에게만 가능한 일이다.